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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싸움과 지하철 2호선의 공통점은?
> 오피니언 > 칼럼    |   2020년10월27일
정지은 (babygirl@leadmom.com) 기자 
[글 = 강민혜(단꿈 심리상담연구소 소장)]

부부가 서로를 보고 웃으면 아이도 웃습니다. 행복한 부부를 보며 아이도 함께 웃을 수 있도록 돕는 [부부생활백서]입니다. 





#사연(별칭 나무)

결혼 7년 차에 아이 둘을 가진 엄마입니다. 최근 몇 년 간 부부싸움이 부쩍 늘었다는 느낌이 듭니다. 남편과의 정서적 교류도 점점 소원해지는 느낌이고, 같은 공간에 있더라도 따로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것 같아요.  

이렇게 되기까지 저에 대한 남편의 소홀한 태도에 원인이 있는 것 같습니다. 남편 직장 따라서 타지로 이사를 오게 됐고, 이후로는 남편과 아이들만 바라보며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남편은 저의 이런 수고를 전혀 알아주지도 않고 저에게 큰 관심도 없는 듯한 느낌까지 들곤 합니다.  

남편이 퇴근하고 집에 왔을 때 하루 종일 어린아이들과 씨름하느라 고생한 저를 좀 보듬어줬으면 하는 마음이 큽니다. 그런데 그럴 때마다 ‘나도 똑같이 힘들어.’와 같은 반응만 보이니 더 이상 할 말도 없어집니다.  

제가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걸까요? 저는 남편과 더 깊은 대화를 나누고 싶고, 타지에서 외롭게 육아하며 지내고 있는 저에게 조금만 더 관심을 보여주길 바라는 것뿐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남편에게 서운함을 느끼는 제가 지나치게 예민한 걸까요? 



#조언

결혼 후 남편의 직장문제로 타지에 와서 육아와 가사만 하며 지냈는데 가장 가까운 남편마저도 그런 노력을 알아주지 않는 것 같아 많이 속상하셨겠군요. 그래서 지금 느끼는 서운함에 대해 위로받고 싶으셨던 것 같고, 부부관계가 지금처럼 소원해진 것에 대해 남편의 태도를 주요 원인으로 생각하고 계시는 것 같고요. 나무 님께는 불쾌하게 들리실 수도 있겠지만 이런 이야기를 해드리고 싶습니다.  

부부 상담 중 부부갈등의 원인을 깊이 들여다보면 ‘100% 피해자도, 100% 가해자도 없다.’라는 생각이 자주 들곤 합니다. 

예를 들어볼게요. A 씨는 남편이 명절에 처댁에만 가면 입을 꾹 닫고 본인의 친정식구들과 전혀 교류하지 않는다며 서운함을 토로했습니다. 하지만 남편의 입장은 신혼 초부터 지속적으로 아내가 처가 식구들 앞에서 자신의 험담을 하는 것에 대해 상처를 받아 마음을 닫아버린 것이었습니다.  

또 다른 예로는, 힘들 때 남편이 본인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지 않아서 외롭다며 정서적 고립감을 호소하던 B 씨가 있어요. B 씨 남편의 입장은 연애 때부터 줄곧 사소한 일도 잘 떨쳐내지 못하고 자신에게 의존하려는 모습에 이제는 지쳤다고 이야기했습니다. 현재는 직장에서의 위치도 있기에 격무에 시달리는 상태에서 아내의 ‘감정받이’ 역할까지 예전만큼 잘 해낼 수는 없다는 입장이었지요.  

이렇듯 부부관계에서 나타나는 갈등은 서로가 서로에게 원인이 되기도, 결과가 되기도 합니다. 원인과 결과를 명확히 파악하기 어렵다고도 얘기할 수 있겠습니다. 이를 두고 심리학 용어로는 ‘순환적 인과론’이라고 부릅니다. 마치 서울시 지하철 중 ‘2호선 순환선’이 기점과 종점 없이 계속 돌고 도는 것처럼 말이지요.  

그런데 부부 상담을 의뢰하시는 분들 중 다수는 ‘공정한 재판’을 원하는 것처럼 느껴지곤 합니다. “선생님! 이 상황에서 누가 더 잘못했는지 판단 좀 해주세요.”와 같은 질문을 하면서요. 그럼 저는 이렇게 대답하곤 합니다.  

“현 상황에서 누구의 잘못이 더 큰지 가르는 것이 두 분의 관계에 어떤 의미가 있나요?” 

이런 질문에 보통은 대답하기를 어려워하십니다. 꽤 오랜 기간 동안, 부부싸움 후 누구에게 더 큰 책임이 있는지 따지느라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하는 데 익숙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상담사인 저마저도 신혼 때는 작은 갈등이라도 생기면 누구의 책임이 더 큰지 알고 싶어 했습니다. 그래서 지금 내가 느끼는 서운함이 정상적인 감정인지 혹은 내가 예민한 것인지 등에 대해 친구들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했답니다. 마치 제 감정에 대한 누군가의 확인이나 인정을 구걸하는 것처럼 말이지요.  

현재는, 남편과의 관계에서 갈등이 생기면 대부분의 경우에는 저희 부부 둘 다에게 일정 부분 원인이 있음을 인정하게 됐습니다. 상대에게만 책임을 전가하지 않고 문제상황에 대한 각자의 책임을 인식하게 되니 더 이상은 이전만큼 소모적인 감정 재판 역시 불필요하게 되더군요.  







그동안 배우자와 갈등이 생길 때마다 누구의 책임이 더 큰지 따지느라 많은 노력을 할애했다면 앞으로는 동일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의 대처 방법에 대해 함께 상의하고 각자의 책임에 대해서는 인정하는 방식으로 대처해보는 건 어떨까요?





글 = 강민혜 
단꿈 심리상담연구소 소장. 한양대학교 일반대학원 교육심리 전공 박사과정 중에 있으며 현재 단꿈 심리상담연구소를 운영하며 심리상담 및 놀이치료 등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불안, 강박, ADHD 등의 증상을 전문적으로 상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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