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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美를 알게 해 준 아이의 선물
> 오피니언 > 칼럼 > 놀이교육 > 놀이    |   2020년10월07일
정지은 (babygirl@leadmom.com) 기자 
[글 = 김은애]


계절이 바뀌어서 그런 건지 자주 피곤해지고 몸도 마음도 지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가을을 느낄 새도 없이 바쁜 하루하루에 나는 메말라 가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러다가 아이를 통해 나는 계절의 변화도, 그 속에 있는 자연의 아름다움도 돌아볼 수 있었다.  




 

◎웃지만 울고 있는 엄마

저녁 식사를 준비하고 있는데 아이가 종이 한 장을 쓱 내밀고는 다시 거실로 가는 것이었다. 아이가 건넨 그 종이를 한참이나 바라봤다.  

스케치북 한 면을 가득 채운 사람 그림. “누구야?”라고 물으니 아이는 “엄마”라고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그새 관찰력이 더 좋아졌는지 손과 발, 귀라고 말하는 동그라미 점들이 있었다. 그런데 좀 충격을 받았던 건 웃고 있지만 눈물을 흘리는 그림 속 사람의 표정이었다. 그건 나의 표정과도 같았다.  

하루하루 열심히 보내곤 있지만 사실 그렇게 ‘행복’하지도 ‘만족’하지도 않은 그저 그런 나날을 보내는 나의 표정을 아이가 마음 속에 그려 넣었던 모양이다.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마냥 자기감정만 표현할 줄 알았던 날 생각하고 있었다니.. 아이는 말이 아닌 그림 한 장으로 지친 나를 토닥여주는 것 같아 눈시울이 붉어졌다.  

이 그림은 앨범에 넣고 힘들 때마다 다시 꺼내보기로 했다.  


◎사랑 가득한 하트 풀잎

“엄마 회사 갈 때 이거 가져가~”  

갑자기 날 보자마자 무언가를 건넸다. 작은 손을 펴자 보이는 더 작은 하트 모양의 풀잎.  

“우와... 하트네!” 
“응~ 엄마 가지고 다녀야 해!”  

자세히 보면 볼수록 기분이 좋아지는 걸 보니 아이의 마음이 고스란히 이 풀잎에 담겨 있는 것 같다.  


가끔 굳이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사거나 사소한 일에 속상하거나 더 화가 나는 경우가 있다. 몸과 마음이 지쳐있으니 나 자신도 날카로워지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굳이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충동구매하는 불필요한 습관이 생겼다. 택배 상자와 그 물건들이 날 위로하겠거니 생각했지만 그것도 잠시뿐이었다. 스마트폰에서 모든 쇼핑 애플리케이션들을 지우고 집 안의 불필요한 물건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러니 그 자리에 아이가 주는, 그동안 받아보지 못했던 귀한 선물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이 모양처럼 사랑 가득한 시선으로 세상을 더 많이 바라봐야겠다 생각했다.  




 

◎좋은 것을 주고 싶은 마음

아이가 동네 산에 가서 여러 열매와 도토리를 열심히 주워 왔다. 주머니와 두 손에 한 아름이었다. 아이는 오는 길에 버려져 있던 음료수 뚜껑도 같이 들고 오더니 음료 뚜껑을 멋스러운 그릇 삼아 도토리와 열매를 담았다. 그러더니 좋아하는 공룡 인형을 데리고 오는 것이었다.  

“맛있게 먹어~” 

소꿉놀이를 하나보다 생각했다. 아이들이 잠든 깊은 밤, 잠깐 물을 마시려고 부엌에 나갔다가 식탁 위에서 그제까지 식사 중인 공룡을 발견했다. 열매들의 색감이 예쁘고, 공룡마저 정말 맛있게 먹고 있는 것 같아서 흐뭇한 마음이 들었다. 빤히 바라보면 볼수록 예쁜 장면이었다.  

그러면서 산에서 발견한 열매와 도토리를 아끼는 공룡 인형에게 주고 싶었을 아이의 마음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아침 공기가 제법 쌀쌀해져서 가을이 왔다는 것을 알았고, 큰 감흥 없이 여름옷을 정리하고 아이들 가을옷을 꺼내야겠다는 생각만 했었다. 그런데 아이가 갖고 온 선물을 보니 그 속에서 가을 햇살도 느껴지고 어느새 마음도 정화되는 것 같았다.  

예전 같으면 무심결 지나쳤을, 아마 그 존재마저도 알지 못했을 나뭇잎과 열매, 도토리, 꽃이 모두 선물처럼 느껴진다. 모두 아이가 알려준 사실들이다.  




글 = 김은애 
4살, 2살 아이를 키우며 심리치료대학원에서 놀이치료를 공부하고 있다. 3년 가까이 육아 관련 네이버 포스트(post.naver.com/goanna11)를 운영하며 육아 정보나 육아 관련 글들을 공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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