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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땡이 효과…오늘의 학부모는 '조퇴'합니다[육아에세이]
> 오피니언 > 칼럼 > 놀이교육    |   2020년09월11일
이미선 (press@leadmom.com) 기자 
[글 = 이미선(리드맘 메인 에디터, <가끔은 엄마도 퇴근하고 싶다> 저자]


9살 아들 '1호'와 6살 딸 '2호'를 키우는 육아맘의 '리얼', '생생', '살벌'한 육아 이야기




"우리 오늘은 연산만 하자~"


아이에게 인심 쓰듯 말했지만 사실은 제가 쉬고 싶었습니다.  

2학년인 1호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학교 등교 없이 가정 학습을 하고 있습니다. 오전에는 EBS를 보며 온라인 수업을 하고 오후에는 제가 개인 공부를 시키지요. 원래는 온종일 자유시간에 가까웠는데 내년엔 본격적으로 공부를 해야 한다는 초3이 되는 아이가 걱정돼 집에서라도 조금씩 공부를 시키자고 다짐했던 거죠.  






| 학원도 못 가는데 집에서 공부하자 |

우리나라가 코로나19의 영향을 받기 시작한 올해 초부터 1호는 어떤 학원에도 다니지 않고, 가정방문 학습지조차 끊었습니다. 다른 친구들이 조심해서 학원을 다닐 시기에도 1호는 집에만 있었습니다. 

부모로서 '이러다 내 아이만 뒤처지면 어쩌나' 걱정이 들긴 했지만 그냥 뒀지요. 2학기 땐 코로나19로 인한 상황이 좀 나아질 테니까 그땐 학원에 보내보자는 희망 같은 것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여전히 학원에 보낼 수가 없기에 제가 집에서라도 조금씩 공부를 시켜보기로 했습니다.  

오전 온라인 수업 후에 자유시간을 즐기다 점심 식사 후 엄마와 함께하는 공부시간이 시작됩니다. 공부하는 내용은 연산과 독해, 그리고 영어이지요.

학교 선생님이 연산과 독해는 기본기가 중요하기 때문에 가정에서도 꾸준히 할 수 있도록 지도해 달라고 하시더라고요. 여기에 3학년 때부터 교과 과정에 포함된다는 영어도 조금씩 시켜보기로 했습니다. 

회화 위주이긴 했지만 1학년 때 어학원을 1년이나 다닌 아이가 알파벳조차 제대로 모른다는 것을 알았을 때 얼마나 큰 충격을 받았는지... 그동안 제가 바쁘다는 핑계로 얼마나 아이 공부에 얼마나 무심했는지도 깨닫는 계기였지요. 그래서 지금이라도 잘 시켜보고 싶었습니다.  


| 공부시간은 엄마에게도 스트레스 |

공부시간은 아이에게도 힘들겠지만 저에게 역시 스트레스입니다. 아이 공부를 봐주려면 많은 양의 에너지를 쏟아내야만 합니다. 더욱이 아이가 공부를 하는 모습을 지켜만 보는 것이 아니라 가르쳐주면서 해야 했기에 에너지 고갈 속도는 더욱 빨라졌지요.   

하기 싫어하는 아이를 붙잡아 앉혀놓는 것도, 
계속 집중하지 못하는 아이의 시선을 책에 고정시켜놓는 것도, 
하기 싫으면 1+1조차 모른다고 일관하는 아이를 다독이는 것도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허벅지를 찔러가면서 참아낸다는 것이 이런 것일까 싶을 정도로 인내하고 또 인내해야만 합니다. 그러다가 못 참고 폭발하는 일도 비일비재하지요. 



"공부하기 싫으면 하지 마. 엄마 아빠도 하기 싫다는 애 붙잡고 돈 쓰면서 시킬 생각 없어. 그냥 일찌감치 나가서 돈이나 벌어 와."


모진 말을 쏟아냈다가


"공부하기 싫으면 하지 마. 엄마 아빠도 하기 싫다는 애 붙잡고 돈 쓰면서 시킬 생각 없어. 그냥 일찌감치 나가서 돈이나 벌어 와."


회유도 했다가.  

매일 같은 패턴이 반복되는 데 저도 적잖이 지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그날은 유독 지치고 피곤했습니다. 요즘 계속 아이들 잠든 후에 일을 하느라 늦게 잠이 들어서인지 나이가 들어서인지 평소보다 더 피로감을 느낀 날이었지요.  

점심을 먹이고 치워놓고 보니 쉬고 싶었습니다.  


'공부시간을 쨀까?'
'그래도 해야지~ 공부는 습관 들이는 게 중요하다는데..' 
'하루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
.
.

내적 갈등이 시작됐습니다. 그러다 나름의 큰 결심을 했지요.  

'아 몰라. 오늘은 딱 연산만 하자!' 






| 오늘은 너도 나도 쉬자 |

연산만 하자는 제 제안을 아이가 마다할 리 없었습니다. 오히려 좋아했지요. 

아이는 기분이 좋았던 탓인지, 공부에 대한 심리적인 압박이 적었던 탓인지 집중력은 좋지 않았지만 문제 풀이 실력은 평소보다 월등했습니다. 또 평소처럼 징징거리지도 않고, 하기 싫다는 표정이 아닌 나름의 즐거움이 묻어나는 표정으로 공부를 하고 있으니 저 역시 마음이 좋았고요.


| 학부모 조기퇴근, 엄마 다시 출근 |

부모도 아이도 공부가 쉽지 않은 요즘입니다. 규칙적인 공부 습관도 중요하지만, 가끔은 엄마가 퇴근하고 싶고 땡땡이치고 싶듯이(아이시레인 님의 육아웹툰 타이틀에 쓰여있는 '엄마도 땡땡이치고 싶다'는 표현을 좋아합니다)아이 역시 그런 마음이겠죠.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써야 하는 것처럼 때로는 압박 대신 휴식이 공부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그날 저는 '학부모'로서 조기 퇴근을 했습니다. 그리고 한두시간 휴식시간을 가진 후 다시 '그냥엄마'로 출근을 했지요. 에너지 넘치는 엄마로요.



글 = 이미선

리드맘 메인 에디터입니다. 일과 가사와 육아 모두를 잘하고 싶지만 제대로 하는 것은 하나도 없는 보통 이하의 엄마입니다. 육아 에세이 도서 <가끔은 엄마도 퇴근하고 싶다>를 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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