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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울 때 입 닫는 남편 VS 말해야 풀리는 아내 [전문가 가이드]
> 기획 > 놀이교육    |   2020년09월08일
윤진아 (yun_jina@leadmom.com) 기자 
[글 = 한양마음소리 심리상담연구소 소장]


 

하루 평균 2쌍이 결혼할 때 1쌍이 이혼하는 시대라고 합니다. 한두 가지의 심각한 문제로 이혼하게 되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사소한 균열들이 오랜 기간 모여 ‘이혼’이라는 결과에 닿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부 싸움을 하더라도 우리가 왜 싸우는지는 알고 싸우자!  



 

[부부생활백서]에 소개된 사례는 내용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제가 실제 상담했던 여러 사례들을 바탕으로 재구성해 만든 가상의 사례입니다.



사연 소개: 햇살님(가칭)

저희는 20대 중반에 혼전임신으로 결혼한 30대 후반의 부부입니다. 연애 기간이 길지 않아서 결혼하고 3년 정도까지는 서로 맞춰가려고 노력을 많이 했었습니다. 그런데 남편과 사는 기간이 늘어갈수록 저 혼자 벽에다 대고 소리치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가 많습니다. 저는 힘든 일이 생기면 서로 대화를 통해 풀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남편은 제가 대화를 시도하려고 하면 입을 닫아버립니다.

이런 남편의 모습을 볼 때마다 너무 화가 납니다. 저를 무시한다는 느낌도 들고 무작정 갈등을 피하기만 하는 남편의 모습이 이해가 되질 않아요. 제 남편은 늘 이렇게 얘기해요. “부부여도 지켜야 할 거리라는 게 있다. 그런데 당신은 왜 모든 문제들을 꺼내어 대화를 통해 풀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 저에게는 이런 남편의 말이 서로에게 무심한 사이로 살아가자는 소리로 들립니다. 제가 고쳐야 할 부분이 있다면 알고 싶어요.

저희 부부, 어디부터 꼬인 걸까요?   



멘토 조언

햇살님은 대화를 통해 갈등을 해결하길 원하는데 남편분은 자꾸 상황을 회피하기만 해서 참 속상하셨겠어요. 게다가 그런 생활이 오랜 기간 지속돼서 많이 답답하셨을 테고요. 우선, 남편분이 어쩌다가 그렇게 ‘회피형 성격’이 돼 버렸는지 함께 고민해볼까요.  

문제가 생겼을 때 대처하는 방식은 보통 단기간에 습득되지 않는답니다. 어린 시절에 가족들과 주로 어떤 방식으로 의사소통을 해 왔는지 그리고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부모가 어떻게 반응해 줬는지 등에 따라 서서히 습관처럼 형성됩니다. 어려운 일이 생기면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햇살씨는 어린 시절에 부모님과 주로 어떤 방식으로 소통을 했었을까요? 엄마에게 고민을 털어놓았을 때 엄마가 주로 했던 말들과 엄마의 표정을 떠올려보세요. 나의 고민을 진지하게 들어주고 이해해 주시려 노력했는지 혹은 “뭘 그런 걸로 속상해하니, 별일도 아닌데.”와 같은 반응으로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던 모습이 많았었는지요.  

배우자와 깊은 대화를 하는 것을 편안하게 느끼는 분들은 자신의 기분이나 감정 등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가정에서 성장한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배우자에게조차 내 속내를 드러내기를 어려워하며 회피하는 분들은 어린 시절에 부모님과 그런 정서적인 교류를 경험해보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고요.  

만일 남편분의 어린 시절에 대해 아는 것이 많지 않다면 햇살님이 시부모님댁에 있을 때의 분위기를 떠올려보세요. 화기애애하며 서로에게 속상했던 일들도 가볍게 얘기할 수 있는 분위기인가요? 아니면 곤란하거나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에도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덮어두는 분위기인가요? 만약 햇살님의 시부모님이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 성향의 분들이라면 햇살님 남편분 역시 본인의 감정을 배우자에게 드러낸다는 것을 매우 불편한 일로 느낄 수 있답니다.  

특히 어린 시절 부모님이 맞벌이셨거나 외동으로 자란 경우 정서적으로 교류할 대상이 없어 혼자 감정을 삭히고 견디는 데 익숙해진 경우도 많습니다.  

햇살님 남편분이 문제가 생겼을 때 어쩌다가 그토록 회피하는 습성을 갖게 됐는지 이해가 되셨다면 이제는 서로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눠보셨으면 합니다. 저는 이 과정을 ‘의사소통에 대한 의사소통’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상대의 의사소통 방식에 대해 각자 느꼈던 부분을 편안하게 이야기해보세요. 햇살님이 먼저 “나는 대화를 통해 풀고 싶은데 당신이 그렇게 입을 닫아버리면 당신이 나를 무시한다는 느낌 때문에 많이 속상하고 화가 나.”라고 이야기를 시작하는 거예요.  

남편분은 햇살님에게 이렇게 얘기할 수도 있겠죠. “나는 화가 났을 때 당신이 나에게 생각할 시간을 좀 줬으면 좋겠어. 나는 화가 나면 당신처럼 할 말이 바로바로 떠오르지 않아. 당신이 나한테 지금 당장 얘기해보라고 할 때마다 나를 몰아붙이는 것 같아서 더 자꾸 피하게 돼.” 또는 “당신은 나한테 대화로 풀자고 하지만, 이야기하다 보면 결국 늘 과거에 있었던 일들을 들춰내니까 갈등이 해결되지 않는 느낌이야. 현재의 문제에 대해서만 이야기했으면 좋겠어.”와 같이 상대의 의사소통 방식에 대해 느끼는 점을 진솔하게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서로의 의사소통 방식에 대한 대화가 잘 이뤄졌다면 다음에는 두 분 사이의 접점을 찾을 차례입니다.  

햇살님은 스트레스를 받을 때 어떤 방식으로 해소하나요? 저는 주로 격렬한 운동을 하거나 수다를 떠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합니다. 반면 제 남편은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거나 혼자 가만히 앉아 생각을 정리하는 걸로 해소하지요. 그런데 여기서 ‘당신은 왜 먹는 걸로 스트레스를 풀어? 운동을 해야 스트레스가 풀리지!’라고 비난하지 않습니다. 갈등이 생겼을 때 대처하는 방식도 마찬가지입니다.  

각자의 갈등 대처 방식을 존중해 주세요. 햇살님 남편분은 아내가 갈등이 생겼을 때 ‘소통’을 중요시한다는 걸 존중하고 이해해 주고, 햇살님은 남편분이 감정을 추스를 시간이 충분히 필요한 사람이라는 걸 존중해 주세요. 그리고 두 분 사이의 ‘룰’을 정하시는 게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어, 남편분이 당분간 이야기를 하지 않고 마음을 추스를 시간이 필요하다고 느끼면 얼마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지 아내에게 미리 ‘예고’해주시는 것입니다. 그럼 햇살님은 그 시간 동안만큼은 남편이 감정을 추스를 수 있도록 기다려주세요. 기다리는 동안 남편이 지금 나를 무시해서 입을 닫은 게 아니라 아직은 감정이 다 진정되지 않은 것이라는 걸 기억한다면 더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예고한 시간이 다 됐을 때는 남편분은 그동안 정리한 생각들에 대해 아내에게 표현하려는 노력을 하셔야 합니다. 이외에도 부부싸움할 때의 명확한 규칙을 정해두면 좋습니다. 예를 들어, 자꾸 과거를 반추하는 경향이 심한 부부라면 과거 문제를 꺼내는 순간 부부 싸움 중 발언권을 잃는다는 룰을 적용시킬 수 있습니다. 또는 자신의 잘못을 좀처럼 인정하지 않는 경우라면 ‘미안해, 그런데 당신도 그때..’와 같이 사과 직후에 상대의 잘못을 들추는 말을 하면 발언권을 잃는 방법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아직 소화되지 않은 음식은 위에서 계속 남아있지요. 감정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당장은 피하는 것이 더 편하게 느껴질지라도 제대로 소화되지 않은 감정은 늘 우리 마음에 남아 관계를 악화시키고 나를 더 힘들게 할 것입니다. 그러니 사소한 앙금들이 모여 부부관계가 무너지지 않도록, 각자 마음에 남아있는 부정적인 감정들을 천천히, 조금씩 소화시켜 주세요.    



  
글 = 강민혜  
한양마음소리 심리상담연구소 소장. 한양대학교 일반대학원 교육심리 전공 박사과정 중에 있으며 현재 한양마음소리를 운영하며 심리상담 및 놀이치료 등을 전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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