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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집콕 생활에 지쳐 있다면? 나 자신을 돌볼 시간
> 오피니언    |   2020년05월25일
윤진아 (yun_jina@leadmom.com) 기자 
[ 칼럼 = 글 쓰는 노라 ]

코로나19로 인한 집콕 생활 3개월 째. 괜찮은 줄 알았다. 아이들과 함께 아무런 스케줄의 압박 없이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어 감사했다. 때아닌 집콕 생활이 계속됐지만 밖에 돌아다니는 것보다 집에 머무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하니 버틸 만했다. 마스크를 쓰고 다녀서인지 감기나 독감 등 잔병치레가 없었던 전례 없는 겨울과 환절기를 지나 감사했다. 코로나19가 창궐하고 아이들과 집에서 뒹굴며 내가 가장 자주 느낀 감정이다. 감사함.


코로나19 사태의 조짐이 심상치 않다. 이제 조만간 학교에도 갈 테니 조금만 더 버티자 했는데 이태원 클럽 사태가 터졌다. 그리고 유치원, 초중고 개학이 또 연기됐다. 코로나19가 우리나라에서는 곧 종식되겠구나 했던 기대감이 물거품이 됐다. 이제 장기전인 걸까?
어린이집에서도 우리 막둥이만 어린이집에 안 온다며 보내시라고 계속 전화가 오는데도 아이를 원에 보내기 불안했다. 정부에서 개학해도 된다고 공표할 때까지 아이들을 데리고 있고 싶었다. ‘지금까지도 잘 버텨왔는데’ 생각하면서.

그런데 최근 부쩍 화내는 빈도가 늘고 짜증 내는 순간이 많아져 있는 나를 발견했다. 스스로 진단해보니 내가 많이 지쳐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2월 말부터 3개월 가까이 돼 가는 네 아이 양육 집콕 생활에 ‘내가 지쳐 있구나’, ‘휴식이 필요하구나’ 느꼈다. 갑자기 번아웃이 온 것 같았다.


일단 어린 자녀, 두 명이라도 기관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유치원에 다니는 셋째와 어린이집에 다니는 넷째 아이는 긴급 보육 돌봄 신청을 해서 보육을 맡기고 있다. 그런지 딱 일주일이 됐다.


지난 일주일 동안 코로나19 사태가 긴박하게 돌아가던 때와는 또 다른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아이들을 양육할 힘을 얻기 위해 다시 내 몸과 마음을 돌보고 있다. 큰 아이 둘은 제법 스스로 온라인 수업도 들으니 엄마인 나에게 시간적인 여유가 많이 생겼다. 


어린 두 아이가 등원한 후 가장 우선순위로 두고 있는 것은 운동이다. 아이 둘을 보내고 오전 중 한 시간은 걷거나 자전거를 타거나 근력 운동을 하면서 보내고 있다. 지쳐 있는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물리적인 힘이 필요하다. 따스한 햇볕과 신선한 바람, 저무는 봄과 다가오는 초록 여름의 풍광들 그리고 내 근육의 살아있는 움직임, 거품이 가득한 카페라테 한 잔, 이런 마음 바깥의 요소들. 나름대로 홈트를 하며 몸이 움츠러드는 코로나19 집콕 사태를 극복해왔으나 걷기는 또 다른 차원의 즐거움을 준다. 내 발을 세상에 한 땀 한 땀 내디디면서 숨을 호흡하며 나아가니 죽어있던 세포들이 살아나는 느낌이다. 몸을 다시 보살피기 시작하니 마음의 회복이 빠르다. 



두 번째 우선순위는 ‘저녁 준비’다. 하원하면 오후 내내 저녁 먹기 전까지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은 놀다 오면 배가 고파 집에 오자마자 저녁밥을 먹어야 한다. 이때 저녁 준비가 미리 돼 있지 않으면 실로 낭패다. 엄마 마음은 급하고 아이들은 배도 고프니 마찰이 생길 수밖에. 그러니 아이 둘이 원에 가 있을 때 미리 해두는 저녁 식사 준비는 화를 줄이는 데 필수 요건이다. 하원하고 놀이터에서 오랫동안 놀아도 집에 준비된 저녁밥이 있기에 마음이 편하다.





세 번째 우선순위는 내 기분을 회복할 ‘감성적인 시간’이다. 코로나19 집콕 기간 동안 음악 한 곡 차분히 들을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뮤직차트에서 좋아하는 제이콥 콜러의 재즈 피아노를 찾아 듣는다. 예전에 사놓고 미처 연습하지 못한 그의 악보를 펼쳐놓고 피아노 연습을 하기도 한다. 피아노 건반 위에서 손가락이 움직이며 살아있음을 느낀다. 오랫동안 멀리했던 예술을 삶에 접목하며 잃어버린 감성을 회복하고 있다.



아직 코로나19가 종식된 게 아니라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보내라고 장려를 하지는 못하겠다. 단체 생활은 코로나19 외에도 다른 세균 감염의 경로가 될 수 있으니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아이들을 돌보는 주 양육자인 엄마가 너무 지쳐 있다면 긴급 돌봄 신청을 해서라도 아이들을 기관에 맡기기를 조심스럽게 권해본다. 일단 엄마부터 살고 봐야 하지 않을까. 주 양육자가 충분한 휴식 시간, 마음과 몸을 돌볼 시간을 가져야 자신이 아닌 타자를 챙길 수 있는 심신의 여유가 생긴다.


우리 모두 지쳐 있다. 코로나19 때문에 몸도 마음도 힘들다. 세상 모든 엄마에게 “애쓴 당신, 참 수고했어요.” 한 마디 건네고 싶다. 타인을 돌보느라 정작 자신에게 시간과 마음을 쓰지 못했다면 조금씩 그런 시간을 갖길 바란다.


 

+ write  글 쓰는 노라
책 읽기와 글쓰기를 즐긴다. 삶과 사랑을 나누기 위해 블로그를 통해 에세이를 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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