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드맘 즐겨찾기 로그인 블로그 카페
한 대 맞으면 참고, 두 대 맞으면 같이 때려! [육아에세이]
> 오피니언    |   2018년07월24일
이미선 (press@leadmom.com) 기자 
{ 7살 아들, 4살 딸을 98% '독박육아'로 키우는 육아맘의 '리얼', '생생', '살벌'한 육아이야기}



올해 아들을 초등학교에 입학시킨 지인 A에게서 굉장히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초등학교 입학 초기 남자아이들 사이에서 '서열싸움'이 있다는 것이다. 주먹이 오가는 등 폭력을 통해 서열을 나누는 다툼이다.

이 싸움에서는 누가 먼저 때렸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란다. 누가 더 많이 때리고, 맞았는지가 서열을 정하는 기준이 된다. 아이의 부모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내 아이가 먼저 친구를 때렸다고 해도 내 아이가 더 많이 맞았으면 '피해자'와 그의 부모가 되는 것이다.

지인 A는 '남자아이들끼리 다툼이 좀 있나 보다' 정도로 크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어느 날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준 후 귀갓길, 삼삼오오 모여 있던 같은 반 친구 엄마들이 자신을 불러 세워놓고 얘기했단다. 어떤 생각 없는 엄마가 사과 한 마디 없나 얼굴 좀 보고 싶었다며. 눈에 쌍심지를 켠 채로. 알고 보니 A의 아이가 서열다툼에서 1~2위 정도를 한 모양이다(누구에 의해 싸움이 시작됐는지는 모른다).



 

초등학교 교직원인 또 다른 지인 B, C에게 내가 들은 이 이야기를 전하며 진짜냐고 물었다. 그들은 놀라는 기색 전혀 없이 "응. 그러기도 해"라는 말로 나를 또 한 번 좌절하게 했다.

"그럼 어떻게 해? 맞기만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때릴 수도 없고?"

떨리는 목소리로 묻는 내게 B와 C는 비슷한 대답을 내놨다.

"한 대 맞으면 그냥 참고, 두 대 맞으면 그때부터 같이 때리라고 해~"
"뭐?? 같이 때리라고 하라고???"

이건 또 무슨 얘기지? 같이 때리라고 가르치라니. 평소 아이에게 "절대 사람들을 때리면 안 돼. 누가 너를 때리거든 때리지 말라고 예쁘게 말해. 너는 절대로 아무도 때려서는 안돼"라고 입이 닳도록 가르치던 나에게 '같이 때려'라고 가르치라니.

상황은 이렇게 정리된다고 한다.

남자아이 1호가 남자아이 2호를 먼저 때렸다. 이때 2호가 바로 반격을 해서 1호를 더 많이 때린다면 2호만 처벌을 받게 된다고 한다. 그런데 1호가 2호를 한 대 때렸을 때 2호가 참고 있다가 1호에게 한 대 더 맞은 후에 반격을 하면 누가 더 많이 때리고 맞았든 두 아이 모두 처벌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 초등학교 학교폭력위원회에서 이 같은 결론을 내린다고 한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실제로 이런 사례들이 꽤 있는 모양이다. 남자들은 본능적으로 서열싸움을 하게 되는데, 어릴 때는 힘, 성인이 돼서는 돈이 그 기준이 된다고 한다.


7살인 나의 아들은 또래에 비해 체격이 크다. 사람들이 8~9살로 보는 체격이다. 그만큼 힘도 센 편이다. 친구들과 서로 밀치며 장난을 칠 때 다른 친구들이 아들을 밀면 아들은 밀리지 않으나 아들이 친구를 밀면 넘어지는... 그 정도의 체격이다.

어린이집 다닐 때부터 이 체격으로 아이는 꽤 많은 오해를 받았다. 겉모습만 보고 '우리 애가 쟤한테 많이 맞겠다~' 싶었다는 이야기도 여러 번 들었고, 놀이터에서 모르는 아이들과 다툼이 있을 때도 그 아이 엄마들은 매번 내 아이만을 탓했다. 똑같이 싸워도 우리 아이는 '가해자', 그 아이들은 '피해자'일 때가 많았다. 심지어 그들의 아이가 내 아이를 먼저 때려서 싸움이 났는데도 상황을 모르던 그들은 아이의 울음소리에 뛰어와 아이의 말만 듣고 내 아이에게 손가락질을 했다. 내 아이를 폭력적이고 문제 있는 아이로 보던 그들의 눈빛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그래서 나는 아이를 키우며 늘 강하게 이야기했다. "절대로 때리지 마! 누가 먼저 때려도 넌 절대로 때리거나 밀지 마! 차라리 그냥 맞고 와!", "누가 때리거든 때리지 말라고 말하고 왜 때리는지 이유를 물어봐. 넌 절대로 같이 때리지 마!" 필요 이상의 오해를 받고 싶지 않았다.

초등학생 남아들의 서열싸움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문득 내가 아이를 잘못 키우고 있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어쩌면 이 아이의 남성적인 성향을 내가 바꿔놓으려고 하는 건 아닐까 싶기도 했다. 착하고 힘없으면 바보 취급받을 수도 있는 이 사회에서 내가 아이를 나약하게 키우고 있는 건 아닌지 머리가 복잡해졌다.

그런 걱정을 계속하던 어느 날, 동네 작은 키즈카페에서 아들과 또래의 다른 아이들이 노는 것을 지켜본 적이 있다. 트램펄린 위에서 내 아들과 A군이 함께 놀고 있었는데 A군이 아들의 팔을 잡아끌더니 바닥에 내동댕이 치는 것이다. 아들은 웃으며 일어섰고 그러면 A군은 다시 아들을 바닥으로 밀어 넘어뜨렸다. 서로 장난을 치는 건지 뭔지 알 수 없는 그 상황을 지켜보면서 혼란스러웠다. '이럴 때 "너도 같이 잡아당기고 넘어뜨려~!"라고 가르쳐야 하는 건가'. 계속 떠밀려 넘어지는 아들을 보고 있는 것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같은 남자인 남편의 생각이 궁금해 이 같은 상황을 이야기했더니 남편은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다.

"그냥 둬~ 그렇다고 친구를 때리라고 가르칠 거야? 지가 맞고 다니든 때려서 짱을 먹든 스스로 해야 할 일이야. 맨날 맞고 다니는 게 싫으면 반격하는 방법도 깨닫겠지. 당신은 지금처럼 때리지 말라고 가르쳐~"

남일 보듯 말하는 남편에게 서운한 마음이 들면서도 '그러게. 언제까지 내가 나서서 이래라저래라 할 수는 없지'라는 생각도 들었다. 결국, 답은 찾지 못했지만.

아들의 친구인 B군(보통 체격)의 엄마는 내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초등학교 가면 XX(아들 이름)이랑 B랑 같은 반 되면 좋겠다~. XX랑 같이 있으면 친구들이 안 건들 것 같아. B는 맞고 다닐까 봐 걱정이야"

그런데 내가 더 걱정이다. 맞고 다닐까 봐, 또 툭 건드렸을 뿐인데 (오버 조금 더해서) 세상 제일 나쁜 가해자가 될까 봐. 아들이 누구를 때리는 것도, 그렇다고 맞기만 하는 것도 싫다.


 

부모로서 나는, 아이를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 걸까. 정말 '한 대 때리면 그냥 맞고, 두 대 때리면 같이 때려'라고 가르쳐야 하는 걸까.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안 그래도 걱정이 많은 요즘인데 서열싸움 이야기까지 듣고 나니 두려움이 더욱 커져만 간다(서열싸움이 진실이든 그렇지 않든 사소한 소문 하나에도 마음이 동요하는 예비초딩맘).





이미선 이기자의 다른뉴스보기
[관련뉴스]
- 관련뉴스가 없습니다.
트위터로 보내기 미투데이로 보내기 요즘으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기사스크랩
"오늘 뭐 먹이지?" 고민 말고 세상편한 유아식판식 만드세요~ (2018-08-17 23:00:42)
육아 7년차에 알게 된 육아의 현실 BEST 10 [육아에세이] (2018-05-15 09:47:40)
'육아'에서 '교육'으로 가는 길목...
초등 1년 공부 스트레스 주지 않겠...
여러분은 자녀에게 ‘부모’인가요...
내 아이가 아인슈타인이 되길 원한...
무소유의 즐거움…장난감을 버려야...
산부인과 첫 방문…당당하지 못한 ...
미쳤어! 임신이야! [임신일기]
엄마의 끝없는 욕심 "손흥민처럼 ...
한 대 맞으면 참고, 두 대 맞으면 ...
3살 터울 남매…'현실남매'란 이런...
7살 마지막 학기…초등학교 적응시키는 ...
경제교육은 언제부터, 어떻게 시켜...
SNS하는 내 아이, 그냥 둬도 될까...
소중한 내 아기 간식은 '리얼퍼핑...
스토케, 16일까지 갤러리아 광교점...
more
리드맘 뉴스, 기획, 리뷰는 최신 트렌드...
리드맘은 육아관련 최신 정보를 제공하는...